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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음악, 특히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를 처음 듣던 때도 이제는 꽤 아득한 옛날의 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기간 보다 훨씬 긴 시간을 그의 시와 음악과 삶, 그와 함께 활동했던 작곡가들, 가수들, 그와 관련된 영화와 소설가와 시인들의 세계를 기웃거리며 보낸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의 앨범 하나에 관해 짧은 소감을 적어본다.

1963년에 발표된 <Vinicius & Odette Lara>가 비니시우스의 가수로서의 데뷔작이었다면 <Como Dizia o Poeta>는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했던 또낑요와의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60년대에 그가 보여줬던 조금은 경직된 예술적 분위기로부터 살짝 벗어나서 보다 소박하고 편안한 음악으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명에 가까웠던 청년 또낑요는 보싸노바 뿐만 아니라 브라질 문화의 중심축으로 존재했던 비니시우스와 짝을 이루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폭제가 되었는지 이 앨범의 첫 트랙에서부터 대단히 빼어난 작품을 만들어냈다. 

인트로에서부터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키는 "Tarde em Itapoa 이따뿌아의 오후"는 바이아 출신의 옛 가수 도리발 까이미의 노래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 곡은 또낑요의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전반적으로 쌈바 리듬이 더 강한 앨범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타이틀 트랙 Como dizia o poeta 역시 쌈바 리듬을 지닌 센티멘탈한 곡으로 꾸이까 소리와 브라스 연주가 쌈바곡의 특징을 좀 더 명확히 해주고 있다.
하지만 비니시우스가 작곡한 Tomara(I wish)는 1970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마리아 끄레우자와의 콘서트에서의 멋진 목소리와 편곡에 비해 좀 밋밋한 느낌이 든다.

이 앨범에서 가장 매력적인 곡 가운데 하나는 A Tonga da Mironga do Kabulete로 한 여름의 열기 사이로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기분좋은 노래다. 비니시우스와 또낑요가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마치 브라질 축구팀의 환상적인 패스를 연상케 한다. 특히 이 노래의 보컬부에 주어진 에코 효과는 카푸치노의 거품처럼 부드러운 맛을 더해주고 피아노 연주 역시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 도입부의 시끌벅적한 목소리는 몬수에뚜의 것인데 몬스터에 가까운 그 목소리가 없었으면 너무 맹숭맹숭 했을까...

이외의 수록곡 가운데 A Vez do Dombe, A Bencao, Bahia, Samba da Rosa, 비니시우스가 작곡한 Samba de Gesse  등등의 노래는 '보싸노바의 구루'라는 호칭에 어울리지 않게 가벼운 쌈바 리듬에 기반하고 있다. 수록곡 가운데 Valsa para o Ausente와 O Grande Apelo는 선선한 얼굴에 마리아 베따냐 류의 굵직한 목소리를 지닌 마릴리아 메다야가 직접 작곡하고 노래하였다.

또낑요와 메다야가 듀엣으로 부른 Mais um Adeus는 1980년 비니시우스/또낑요의 모음곡 형식으로 재탄생되는 곡으로 이 앨범에선 마릴리아 메다야와 또낑요의 듀엣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 곡 Melancia e Coco Verde는 비니시우스의 작품으로 "수박과 초록 코코넛"이란 의미인데 엉뚱하게도 한여름밤 시원한 대청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박 나눠 먹는 듯한 그런 기분을 들게 하는 기분좋은 노래다.

비니시우스와 또낑요 콤비에 여자 보컬이 더해지는 형태로 만들어진 앨범은 꽤 많은데 마리아 끄레우자, 마리아 베따냐, 끌라라 누네스, 오르넬라 바노니, 패티 프라보, 노라 네이, 그리고 꽈르떼뚜 잉 씨(씨 사중창단) 등이 그들이다.(마릴리아 메다야와의 콤비는 그녀의 또다른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이루어진다.)
"Como Dizia o Poeta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라는 앨범 제목을 살짝 고쳐서 이 앨범에 관해서 말한다면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가 더 합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노래는 향수를 느끼게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하고, 그리고 생경하고 전혀 다른 세계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정서들을 내게 일깨워준다. 향수 어린 이따뿌아의 오후로 다시 돌아가며...
 

2006. 8. 28. JJ.Lee ⓒ

* 오랜만에 리뷰를 쓰는 탓인지 참 허접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나마 최선이어서 당분간은 틈나는대로 음반 리뷰를 해볼까 한다. 부족하더라도 너그러이 보아주면 좋겠다.